Energy Management

정유사는 버려지는 압력으로 전기를 만든다? 차압발전의 원리와 경제성

Refinery Energy Lab 2026. 7. 4. 11:56

정유공장에는 수많은 배관이 있다.

그리고 그 배관 안에는 높은 압력의 가스와 액체가 흐른다.

그런데 공정을 운영하다 보면 압력을 낮춰야 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대부분은 밸브를 이용해 압력을 낮춘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상당한 에너지가 그대로 버려진다는 점이다.

만약 이 에너지를 회수할 수 있다면 어떨까?

실제로 정유사들은 버려지는 압력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이를 차압발전(Power Recovery) 또는 압력에너지 회수(Pressure Energy Recovery) 라고 부른다.


압력을 낮출 때 에너지는 어디로 갈까?

먼저 간단한 예를 생각해보자.

높은 곳에 있는 물이 아래로 떨어지면 수력발전을 할 수 있다.

이유는 위치에너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압력도 비슷하다.

높은 압력의 유체가 낮은 압력으로 이동할 때는 압력에너지가 존재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감압밸브(Control Valve)는 이 에너지를 열과 난류 형태로 소모시킨다.

즉 에너지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냥 버려지는 것이다.


밸브 대신 터빈을 설치하면 어떻게 될까?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Expander다.

Expander는 압력이 높은 유체를 팽창시키면서 회전력을 얻는 장치다.

원리는 터빈과 비슷하다.

기존 방식

고압 유체 → Control Valve → 압력 감소 → 에너지 손실

차압발전 방식

고압 유체 → Expander → 전력 생산 → 압력 감소

즉 압력을 낮추는 과정 자체를 발전에 활용하는 것이다.


정유공장에서 가장 유명한 차압발전 사례, FCC Expander

정유공장에서 가장 대표적인 차압발전 사례는 FCC Expander다.

FCC(Fluid Catalytic Cracking)는 중질유를 휘발유와 프로필렌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하는 핵심 공정이다.

이 과정에서 재생기(Regenerator)에서 발생한 고온·고압의 배기가스가 배출된다.

과거에는 이 에너지를 대부분 버렸다.

하지만 현재 많은 정유사들은 Turbo Expander를 설치하여 이 배기가스의 압력과 열에너지를 회수하고 있다.

회수된 에너지는 발전기나 대형 공기압축기를 구동하는 데 사용된다.

일부 FCC Expander는 5~40MW 수준의 출력을 생산할 수 있으며, 이는 소규모 발전소와 맞먹는 규모다.


천연가스도 압력으로 발전할 수 있다

차압발전은 정유공정에만 적용되는 기술이 아니다.

천연가스 공급망에서도 널리 사용된다.

천연가스는 수 MPa 이상의 높은 압력으로 수송된다.

하지만 공장이나 도시가스 사용처에서는 훨씬 낮은 압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보통 Pressure Reducing Valve(PRV)로 압력을 낮춘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압력에너지가 그대로 버려진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Turbo Expander를 설치해 감압 과정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어차피 버릴 압력이라면 전기라도 만들자"

는 개념이다.


얼마나 경제성이 있을까?

차압발전(Process Expander)의 가장 큰 장점은 추가 연료가 필요 없다는 점이다.

가스터빈이나 보일러처럼 새로운 에너지를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 공정에서 버려질 압력에너지를 회수하여 전기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실제 천연가스 감압발전(NG Expander) 및 산업용 Turbo Expander 적용 사례를 보면 일반적으로 투자회수기간(Payback)은 2~5년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FCC Expander의 경우에는 수 MW에서 수십 MW 규모의 전력을 생산하여 정유공장의 전력 구매 비용 절감에 크게 기여하기도 한다.

물론 모든 감압 구간에 차압발전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이 필요하다.

  • 충분한 압력 차이(ΔP)
  • 안정적이고 큰 유량
  • 높은 연간 가동시간

일반적으로 압력 차이가 5~10 bar 이상이고, 대유량 유체가 연중 지속적으로 흐르는 설비에서 경제성이 높게 나타난다. 반면 압력 차이가 2~3 bar 이하인 경우에는 회수 가능한 에너지가 제한적이어서 투자비를 회수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실제 검토 시에는 단순히 압력 차이만 보는 것이 아니라,

압력 차이 × 유량 × 연간 운전시간

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결국 차압발전은 적용 가능한 위치가 많지는 않지만, 조건이 맞는 경우에는 2~5년 수준의 투자회수기간을 기대할 수 있는 대표적인 에너지 회수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차압발전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

최근에는 탄소배출 저감도 중요한 이유가 되고 있다.

차압발전은 추가 연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기존에 버려지던 압력에너지를 회수하는 기술이다.

따라서 동일한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외부 전력 구매를 줄일 수 있다.

에너지 효율 향상과 탄소배출 저감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셈이다.


정유사는 에너지를 그냥 버리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은 정유사의 경쟁력이 원유 구매 능력에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압력조차도 하나의 에너지 자원으로 본다.

과거에는 밸브에서 그냥 사라졌던 압력이 이제는 전기를 생산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그래서 정유공장에서는 오늘도

  • 폐열을 회수하고
  • 압력을 회수하고
  • 전기를 생산하고

생산비를 낮추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이것이 정유사가 경쟁력을 유지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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