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F는 왜 갑자기 주목받기 시작했을까?
"비행기를 전기로 움직이면 되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합니다.
자동차는 전기차가 빠르게 보급되고 있지만, 항공기는 이야기가 조금 다릅니다.
대형 여객기가 수천 km를 비행하려면 현재의 배터리 기술로는 무게와 에너지 밀도 측면에서 현실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항공업계는 기존 항공기 엔진을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연료를 찾기 시작했고, 그 결과 등장한 것이 바로 SAF(Sustainable Aviation Fuel, 지속가능항공연료)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 SAF는 단순한 친환경 연료를 넘어 세계 정유사들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전 세계 정유사들이 SAF에 투자하는 이유

겉으로 보면 SAF는 단순히 친환경 연료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큰 산업 변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정유사들이 수천억 원을 투자하는 이유는 크게 네 가지입니다.
① 항공산업은 탄소중립이 가장 어려운 산업
자동차는 전기차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발전소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항공기는 장거리 운항을 위해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가진 액체연료가 여전히 필요합니다.
현재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SAF입니다.
② 앞으로는 '선택'이 아니라 '의무'
유럽연합(EU)은 단계적으로 항공유에 SAF 혼합 비율을 확대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CORSIA 체계도 국제 항공의 탄소 감축을 촉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국제선 항공유에 SAF 혼합을 의무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앞으로는 정유사와 항공사 모두 SAF 공급 체계를 갖추는 것이 경쟁력의 핵심이 될 전망입니다.
이제 SAF는 ESG 활동이 아니라 사업 지속성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되고 있습니다.
③ 기존 정유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SAF는 새로운 개념의 연료이지만, 기존 정유공장의 인프라를 상당 부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 수소 공급설비(Hydrogen Network)
- 저장탱크
- 배관
- 항공유 출하시설
- 일부 수첨처리(Hydrotreating) 설비
등은 기존 자산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세계 주요 정유사들은 신규 산업으로 진출하기보다 기존 경쟁력을 확장하는 전략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기존 정유공장에서 SAF를 생산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업계에서도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입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가능합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조건이 있습니다.
현재 가장 많이 활용되는 방식은 Co-processing입니다.
쉽게 말하면 원유만 처리하던 기존 정유공정에 바이오 원료를 일정 비율 함께 투입하는 방식입니다.
대표적인 원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 원료 | 예시 |
| 폐식용유(UCO) | 음식점, 식품공장 |
| 동물성 지방 | 축산 부산물 |
| 식물성 오일 | 대두유, 카놀라유 등 |
이러한 원료를 기존 수첨처리 설비에서 함께 처리하면 SAF 성분을 포함한 항공유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가장 큰 장점은 기존 설비를 활용하기 때문에 투자비가 상대적으로 적고, 빠르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Co-processing이 초기 시장에서 각광받는 이유
Co-processing은 기존 설비를 활용하는 만큼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습니다.
- 초기 투자비(CAPEX)가 낮다.
- 공장 건설 기간이 짧다.
- 기존 정유공장의 운영 경험을 활용할 수 있다.
- 초기 SAF 시장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 고객 인증과 제품 공급 경험을 축적할 수 있다.
그래서 많은 글로벌 정유사들도 처음부터 대규모 전용 공장을 짓기보다 Co-processing으로 시장에 진입했습니다.
📦 현직 에너지관리 부서의 시각
Co-processing은 '기존 설비를 조금만 바꾸면 되는 기술'로 오해받기 쉽습니다. 실제 정유공장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바이오 원료의 특성은 원유와 다르기 때문에 원료 품질 관리, 수소 사용량, 촉매 성능, 제품 품질 관리까지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특히 초기에는 생산량보다 안정적인 운전과 제품 인증 경험을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깁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모든 정유사가 기존 설비만 활용해서 SAF를 생산하면 되는 걸까요?
답은 '아니오'입니다.
Co-processing은 분명 훌륭한 출발점이지만, 생산 규모가 커질수록 한계가 점점 뚜렷해집니다.
실제로 글로벌 메이저 정유사들은 초기에는 Co-processing으로 시장을 시작했지만, 현재는 Dedicated SAF Plant(전용 SAF 생산설비) 투자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왜 기존 정유공장만으로는 SAF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지, 그리고 Dedicated SAF Plant가 필요한 이유를 현직 에너지관리팀의 시각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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